필름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캐논 QL17
늘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할 때 나는 아날로그의 감성에 마음이 끌린다. 사진을 찍고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DSLR은 편리하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다. 때로는 ‘기다림’이라는 감정에서 오는 설렘이라는 특별함이 그리워진다. 오래전 서랍 속에 넣어뒀던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을 하고나면 오래된 첫사랑을 만난 듯 머릿속에 엔도르핀이 솟아나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필름카메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여러 브랜드를 찾아보다가 운명처럼 캐논 QL17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필름카메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여러 브랜드를 찾아보다가 운명처럼 캐논 QL17을 알게 되었다.
1. 캐논 QL17을 만나다
캐논 QL17 GIII 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생산된 35mm 필름카메라로, 당시엔 ‘서민의 라이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성능과 디자인이 뛰어난 기종이었다. 작고 단단한 외형,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수동 조작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렌즈의 선예도가 정말 뛰어나다는 평이 많았다. 캐논이기에 광학 성능은 어느 정도 기대를 해도 좋을 거 같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무게감은 평소 외출할 때 가볍게 들고 다니기에 딱 좋다. RF 카메라는 셔터를 누를 때 느껴지는 약간의 저항감, 그리고 카메라 내부에 필름을 넣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의 기계적인 감성은 특별하다.
특히 QL17의 ‘QL’은 Quick Load의 약자인데, 이 기능 덕분에 필름 장전이 매우 간편하다. 필름카메라 초보자라도 실패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입문용 필름카메라로도 자주 추천된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무게감은 평소 외출할 때 가볍게 들고 다니기에 딱 좋다. RF 카메라는 셔터를 누를 때 느껴지는 약간의 저항감, 그리고 카메라 내부에 필름을 넣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의 기계적인 감성은 특별하다.
특히 QL17의 ‘QL’은 Quick Load의 약자인데, 이 기능 덕분에 필름 장전이 매우 간편하다. 필름카메라 초보자라도 실패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입문용 필름카메라로도 자주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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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의 뛰어난 광학성능이 돋보이는 입문자용 RF필름카메라 |
캐논 QL17 GIII의 기본 정보
- 제조사 : Canon (캐논)
- 출시년도 : 1972년 (GIII 모델 기준)
- 필름포맷 : 35mm 필름
- 렌즈 : Canon 40mm F1.7 고정 렌즈
- 셔터속도 : 1/4초 ~ 1/500초
- 조리개 : f/1.7 ~ f/16
- 측광 방식 : CdS셀 이용한 자동노출 또는 수동
- 포커싱 : RF 수동 초점 (Rangefinder 방식)
- 필름장전 : Quick Load (QL 시스템)
- 플래시 : 핫슈 및 PC 단자 지원
- 배터리 : 1.35V 수은전지 (현재 대체용 배터리사용)
- 크기 무게 : 약 120 x 75 x 60mm / 약 620g
2. 빛을 담는 렌즈, 캐논 40mm F1.7
QL17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40mm F1.7 렌즈다. 이 렌즈는 생각보다 훨씬 밝고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F1.7이라는 밝은 조리개 값 덕분에 어두운 실내나 밤에도 촬영이 가능하고, 인물 사진에서도 배경 흐림(아웃포커스)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대부분 입문자들은 이 아웃포커스를 경험하고 싶어 할 것이다.내가 찍은 필름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은 봄날 공원에서 찍은 벚꽃 아래의 순간이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느낌, 그리고 필름 특유의 색감이 어우러져 디지털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담겼다. 사진에서 벚꽃의 향기가 묻어나는 느낌이다.
3. 느림의 미학
필름카메라의 가장 큰 매력은 한 장의 사진을 만드는데 걸리는 정성과 시간이다. 디지털과 달리 필름사진은 촬영후 며칠은 기다려야 사진을 만나게 된다. 필름은 제한된 컷 수가 있기 때문에 셔터를 누르기 전에 더 고민하게 된다. 기다림의 시간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더 열심히 생각하고 좋은 빛을 찾아 구도를 잡게 된다. 순간을 더 진지하게 만들게 된다.촬영한 필름을 택배로 현상소에 보내고 나면
“내가 찍은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까?”, “빛이 잘 들어와 명암차가 완벽한 사진이 되었을까? 아니면, 빛이 새거나 실수해서 검은 사진만 나오는건 아니겠지! ”
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결과물을 받아보는 순간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4. 일상 속에서 캐논 QL17을 꺼내다
나는 요즘도 가끔 카페에 가거나 산책을 할 때, QL17을 가방에 쏙 넣어 다닌다. 서랍에는 코닥 골드와 컬러플러스와 후지 C200이 들어있고 그날 그날 가는 장소에 따라 필름을 넣어서 간다. 무겁지 않아서 언제 어디서나 꺼내기 좋고, 감성적인 순간을 기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노을이 질 무렵, 혹은 비 오는 날 촉촉한 거리 풍경을 담고 싶을 때는 코닥을 넣어야 하고, 봄꽃이 활짝 핀 산과 들로 갈 때는 후지필름을 선호한다. 약간은 빛바랜듯한 초록빛에 거친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든다.가끔은 친구의 자연스러운 표정, 반려동물의 움직임, 혹은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던 골목길까지도 필름으로 기록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캐논 QL17은 단순한 카메라가 아닌, 나의 생각을 담아내고, 내가 늘 만지고 걸었던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 같다.
혹시 필름카메라에 관심은 있지만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캐논 QL17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RF필름카메라(이중 합치식 초첨)라서 초점 잡기가 쉽고, 셔터음이 작아서 주위의 시선을 끌지 않고 조용하게 나만의 취미를 즐길 수가 있다. 무엇보다 믿을수 있는 캐논의 F1.7 렌즈에서 만들어지는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인해 충분히 만족하면서 즐길 수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캐논 QL17 GIII 는 "느림"의 가치를 알려준 친구이자 빛과 일상의 생각을 기록하는 소중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