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렌즈가 주는 클래식 감성, 이안리플렉스 카메라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TLR- Twin Lens Reflex) 카메라에 대해 들어봤을 것입니다.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TLR 카메라는, 두 개의 렌즈를 사용해 독특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포착하는 클래식한 중형 필름 카메라입니다. 두 개의 렌즈를 가졌고,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웨이스트레벨 파인더는 촬영의 편의성을 떠나 최고의 클래식한 카메라로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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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렌즈와 허리 높이에서 피사체를 바라보는 TLR은 가장 클래식한 감성을 선물해줍니다. |
TLR 카메라가 어떤 카메라이고 어떠한 매커니즘에 의해서 촬영 편의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TLR 카메라란?
TLR은 "Twin-Lens Reflex" 의 약자로, 말 그대로 두 개의 렌즈가 수직으로 나란히 배치된 카메라입니다. 위쪽 렌즈는 촬영자가 보는 뷰파인더용 렌즈(Viewing Lens), 아래쪽 렌즈는 실제로 필름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촬영용 렌즈(Taking Lens)로 구성됩니다. 이 두 렌즈는 동일한 초점을 공유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사용자는 뷰파인더용 렌즈를 통해 구도를 잡고 동시에 동일한 이미지를 필름에 담을 수 있게 됩니다.
카메라 상단의 뷰파인더 덮개를 열면 포커스 스크린을 통해서 이미지를 볼수가 있습니다. 이 장치를 웨이스트 레벨파인더(waist-level finder)라고 하고 촬영자의 허리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구도를 잡아 촬영을 하게 됩니다. 이는 TLR만의 독특한 촬영 경험을 제공하며, 대부분의 실내 촬영용 중형카메라에서는 이 웨이스트 레벨파인더 방식으로 촬영을 하게 됩니다.
TLR 카메라의 편의성
대부분의 TLR 카메라는 셔터 소리가 매우 조용하고 진동도 없습니다. 이는 일반 중형이나 35mm 카메라 렌즈의 구경보다 작은 촬영렌즈를 갖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정숙한 셔터음은 거리 사진(스트리트 포토그래피)과 인물 촬영에서 피사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흔들림 없는 순간포착과 자연스러운 인물의 장면을 담을 수 있기에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각기둥 모양의 다자인은 손바닥위에 올려서 이동 중에도 어렵지 않게 촬영이 길거리의 느낌과 인물의 순간포착이 가능합니다. 허리 높이에서 촬영하다 보니 사람의 눈높이보다 낮은 시점에서 찍히는 사진은 인간적이면서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두 개의 렌즈가 주는 단점
대부분의 TLR 카메라는 렌즈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일부 모델에서는 스크류 방식으로 렌즈의 탈착이 가능하지만, 아마도 제조사에서 규격에 맞는 렌즈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 걸로 보입니다. 또한 이 상 하단의 두 개의 렌즈는 촬영 각도에 따라서 초점 거리가 달라질수 있기에 근거리 촬영 시 시차문제(parallax error)가 생길수 있습니다. 이는 프레이밍 정확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 화면에서 포커스를 달리하여 묘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TLR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아마도 뷰파인더가 어둡고, 스크린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반전되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35mm 반사식 카메라에 익하거나 초보자에게는 구도를 잡는데 있어서 불편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전된 이미지에 익숙해지면 이건 TLR만의 감성이 되고 창의적인 프레이밍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TLR이 만들어 주는 사진
TLR카메라는 6X6 사이즈의 필름을 사용합니다. 정사각형 프레임에서 만들어지는 사진은 '차분함'과 '정갈함'이 있습니다. 미러리스나 DSLR로는 쉽게 얻기 힘든, 감성적인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중형 필름 특유의 해상력과 계조 표현력 덕분에 인물 사진에서 피부의 질감이 부드럽게 표현되고 풍경 사진에서는 빛의 콘트라스트와 그림자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사각형 프레임(6x6 포맷)이 주는 안정감은 사진 구성에서의 색다른 시도와 창의력을 자극합니다. 인스타그램의 정방형 프레임과도 유사해 요즘 감성과도 잘 맞을 듯합니다. 인물촬영 시에는 피사체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고, 거리 사진에서는 정숙한 셔터음과 눈에 띄지 않는 촬영 자세로 거리에서의 생생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정방형 프레임과 허리 높이의 낮은 시점, 부드러운 계조 표현은 예술적인 사진을 담아내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TLR 카메라의 대표 모델 5
1) Rolleiflex 2.8F
독일 Franke & Heidecke사에서 제작한 최고의 TLR카메라로 Carl Zeiss Planar 80mm f/2.8 렌즈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렌즈의 광학성능에서 오는 색감과 해상력이 뛰어나며 수집가와 작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모델입니다.
2) Yashica Mat-124G
일본 야시카의 대표적인 TLR 모델로 렌즈는 Yashinon 80mm f/3.5로 뛰어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입문자들에게 인기 있다. 야시카 렌즈는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고 불릴 정도로 해상력이 우수한 편입니다. 중고마켓 등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가 가능한 제품입니다.
3) Minolta Autocord
Minolta Rokkor 렌즈를 장착한 모델로, 조작감이 뛰어나고 사진의 선명도도 훌륭하다. MD렌즈 특유의 진득함과 깊이 있는 색감이 매력적이며, 특히 포커싱 레버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낮은 자세에서도 어렵지 않게 포커스를 잡기가 편하면서 정확성을 자랑합니다.
4) Mamiya C330
TLR 중에서 드물게 렌즈 교환이 가능한 모델입니다. 2개의 렌즈가 하나의 모듈로 묶어 있고 다양한 렌즈를 사용할 수 있어 유연한 촬영이 가능합니다. 벨로우즈 방식의 포커싱으로 접사 촬영이 가능하고 아웃포커싱도 잘 되는 편입니다. 이런 특이한 설계의 영향으로 TLR 카메라 중에서는 크고 무거운 편입니다.
5) Seagull 4A-103
중국에서 제작된 TLR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입니다. 품질은 롤라이나 야시카에 비해 떨어질 수 있으나 TLR의 감성을 느끼고 싶거나 장식용 또는 중형 입문자들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소개된 5개의 모델은 카메라의 구조나 모양가 크기 그리고 촬영 방식은 비슷합니다. Mamiya C330 모델이 조금 크고 무거운 편입니다. 기본 기능 외에 특이한 기능이 촬영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Rolleiflex 2.8F, 중형 필름으로 자신의 창의적인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Mamiya C330이 가장 적당해 보입니다.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는 단순한 사진 도구를 넘어서, 촬영자에게 ‘느림의 미학’과 ‘관조적인 시선’을 선물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디지털 기술 없이도 섬세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TLR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진 세계의 보석 같은 존재입니다. 한 번쯤은 TLR을 손에 쥐고 거리로 나가보세요. 셔터 한 번, 필름 한 컷이 당신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입니다.